-
열네 살 봄 읍내 가는 완행버스
먼저 오른 어머니가 남들 못 앉게
먼지 닦는 시늉하며 빈 자리 막고 서서
더디 타는 날 향해 바삐 손짓할 때
빈 자리는 남에게 양보하는 것이라고
아침저녁 학교에서 못이 박인 나는
못 본 척,못 들은 척
얼굴만 자꾸 화끈거렸는데
마흔 고개 붐비는 지하철
어쩌다 빈 자리 날 때마다
이젠 여기 앉으세요 어머니
없는 먼지 털어가며 몇 번씩 권하지만
괜찮다 괜찮다,아득한 땅속 길
천천히 흔들리며 손사래만 연신 치는
그 모습 눈에 밟혀 나도 엉거주춤끝내 앉지 못하고.
(그림 : 고재군 화백)
'시(詩) > 고두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두현 - 옻닭 먹은 날 (0) 2014.02.03 고두현 - 늦게 온 소포 (0) 2014.02.03 고두현 - 떡 찌는 시간 (0) 2014.01.07 고두현 - 남으로 띄우는 편지 (0) 2014.01.07 고두현 - 상생(相生) (0) 2014.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