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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광규 - 여여산방을 떠나며시(詩)/공광규 2014. 1. 20. 11:40
산방 아궁이에 장작불 때며 자고 일어난 늦가을 아침
비바람에 떨어진 나뭇잎이 마당가에 쌓여 있다
정원에 솟은 검은 바위와 마른 풀은 빗물에 젖었는데
돌담 아래 구절초 몇 대가 늙어가는 친구의 머리처럼 희끗하다
꽃대가 쓰러진 꽃무릇 잎은 푸르게 겨울을 지내겠지
잎을 털어낸 매화나무 가지는 내년 봄에도 일찍 꽃이 피겠구나
나무로 엮은 대문을 밀다가 뒤돌아보니
어제 낮 환하게 반기던 화단의 노란 국화 다발은 얼굴을 수그리고
영국사 가는 휘어진 길을 산안개가 가리고 있다.
(그림 : 김성실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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