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들이 다시 지상에 왔다
눈 먼 바람의 시린 손이 마을을 더듬는
아직도 이곳은 위험한 계절이다
서로를 믿었으므로 개의치 않는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눈 속에 묻힌 오래된 말들이 하나 둘 눈을 뜬다
너는 지상에서 꽃이라 불리지만
바람 앞에 맨살로 피어나는 것은
꽃이 아니라 신념인 것
신념은 뒷걸음질 치지 않는다
또 다시 두 겹 세 겹 포위해 오는 겨울 앞에
부릅뜬 눈동자로 선 너는
곧 우수수 목소리가 잘려나갈 위험한 사랑이다
봄으로 가는 암호를 스스로 찢어 깨물은
붉은 입술은 네 순결한 사랑의 증표인 것을
감히 누가 사랑을 진압하였다 말하는가
해마다 망각을 찢고 불쑥 불쑥 세상을 겨누는
저 붉은 총구 앞에
(그림 : 이완호 화백)
'시(詩) > 이명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명윤 - 항남우짜 (0) 2016.05.01 이명윤 - 당신의 골목 (0) 2016.01.27 이명윤 - 누룽지 (0) 2016.01.25 이명윤 - 수제비 먹으러 가자는 말 (0) 2014.10.07 이명윤 - 홍합 (0) 2014.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