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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길로 나가고 싶었습니다
다르게 살아보려구요
말풀 가시연꽃 씨 물가로 떠밀리는 역제 방죽을 한두 바퀴 돌았습니다.벌서 한두 달이 지나갔군요,
방죽 한 가운데 개 무덤 바라보며
노숙에 헝클린 개털 같은 머리카락 올을 비비고 문질러봅니다,
무심히 서 있는 동안 몸 몰래 둥지 튼 새는 몸 몰래 날아가고,
둥지에 드나드는 얇은 새털구름떼,
방죽 몇 바퀴 뒤집어 돌아서 가려던 길 밀어두고 둑에 쭈그려 앉았습니다
머리로 몰면 몰수록 새털구름은 흩어져
온갖 새소리 불러오고
그 소리 하나씩 지상의 짝을 찾아
물가 갈대숲에 내립니다
비비새가 요란하게 흔든 물결을 잔잔히 재우는 해오라기
물달개비에 앉아 수평을 잡는 잠자리
물닭은 어느새 넓은 가시연꽃 잎새에
낯선 새끼들을 풀어두고 두리번거립니다가시연꽃 물 속에 잠기고 새 새끼들이 날아오를 때
그 새 새끼를 따라가고 싶습니다, 방죽을 두세 바퀴 돌고 돌아서(그림 : 김영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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