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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쩍새가 밤새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
피로써 제 이름을 한 천만 번 쓰고 나면
일생이 두렵지 않을까누가 나를 알아볼까 두근거리는 것도
내 여직 거기에 붙들려 있음이니
어두운 봄밤 돌담길로 다가오는 인기척을
내가 못내 피하면서도 사람이
내게 오기를, 어서 내게 오기를
조마조마하지 않았던가내 발자국 소리 들은 멧새가
건드려놓은 잔가지들처럼
내 마음 뭔가 기척에 미리 놀라 이리 흔들거리니
문앞의 不在가 나의 부름을 기다리게 했었구나골목 끝, 활짝 형광등을 켠 살구꽃나무 한 그루
아직 세상에 있으니 다행이다목숨 있을 때 살아야지
밤새 소쩍새 마을로 내려와
제 이름 대며 딸꾹질한다(그림 : 이경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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