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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희 - 물에게 길을 묻다 수초들시(詩)/천양희 2014. 1. 3. 22:41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고 누가 말했었지요
그래서 나는 물속에서 살기로 했지요
날마다 물속에서 물만 먹고 살았지요
물먹고 사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요
물보라는 길게 물을 뿜어 올리고
물결은 출렁대며 소용돌이 쳤지요
누가 돌을 던지기라도 하면
파문은 나에게까지 번졌지요 물소리 바뀌고 물살은 또 솟구쳤지요
그때 나는 웅덩이속 송사리떼를 생각했지요
연어떼들을 떠올리기도 했지요
그러다 문득 물가의 잡초들을 힐끗 보았지요
눈비에 젖고 바람에 떨고 있었지요
누구의 生도 물같지는 않았지요세상에서 가장 어려운건 물같이 사는 것이었지요
그때서야 어려운 것이 좋을 수도 있다는 걸 겨우 알았지요
물먹고 산다는 것은 물같이 산다는 것과 달랐지요
물먹고 살수록 삶은 더 파도쳤지요
오늘도 나는 물속에서 자맥질하지요
물같이 흐르고 싶어, 흘러가고 싶어*上善若水(상선약수) -도덕경 8장
(그림 : 류건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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