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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 - 명자나무시(詩)/장석주 2013. 12. 30. 16:06
불행을 질투할 권리를 네게 준 적 없으니
불행의 터럭 하나 건드리지 마라!
불행 앞에서 비굴하지 말 것. 허리를 곧추세울 것. 헤프게 울지 말 것. 울음으로 타인의 동정을 구하지 말 것꼭 울어야 한다면 흩날리는 진눈깨비 앞에서 울 것. 외양간이나 마른 우물로 휘몰려가는 진눈깨비를 바라보며 울 것
비겁하게 피하지 말 것. 저녁마다 술집들을 순례하지 말 것. 모자를 쓰지 말 것. 콧수염을 기르지 말 것
딱딱한 씨앗이나 마른 과일을 천천히 씹을 것. 다만 쐐기풀을 견디듯 외로움을 혼자 견딜 것
쓸쓸히 걷는 습관을 가진 자들은 안다
불행은 장엄 열반이다
너도 우니? 울어라, 울음이 견딤의 한 형식인 것을
달의 뒤편에서 명자나무가 자란다는 것을
잊지 마라(그림 : 황복례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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