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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 - 술 마시는 남자시(詩)/장석주 2013. 12. 27. 21:36
다치기 쉬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술을 마시네
술 취해 목소리는 공허하게 부풀어오르고
그들은 과장되게
누군가를 향해 분노를 터뜨리거나
욕을 하네
욕은 마음 빈곳에 고인 고름,
썩어가는 환부,
보이지 않는 상처 한 군데쯤 가졌을
그들 마음에 따뜻한 위안이었으면 좋겠네
취해서 누군가를 향해 맹렬히 욕을 하는 그대,
취해서 충분히 인간적인 그대,
그대는 날개 없는 천사(天使)인가
그들 마음의 갈피에 숨어 있던 죄의 씨앗들
밖으로 터져나와
마음 한없이 가볍네
그 마음 눈 온 날 신새벽 아직 발자국 찍히지 않은 풍경이네
술 깬 아침이면
벌써 후회하기 시작하네
그렇다 할지라도
욕할 수 있었던
간밤의 자유는 얼마나 행복했던 것이냐(그림 : 이상권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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