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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릴 생각 영 않는 게으른 하느님이
소나무 위에서 낮잠을 주무시는 동안
쥐눈이콩만 한 어린 수박이
세로줄 선명하게 앙글앙글 보채고
뙤약볕 감자도 옥수수도
얄랑얄랑 잎사귀를 흔든다
내 마음의 금반지 하나
금빛 솔잎에 이냥 걸어두고
고추씨만 한 그대의 사랑 너무 매워서
낮곁 내내 손톱여물이나 써는 동안
하느님이 하늘로 올라가면서
재채기라도 하셨나
실비 뿌리다가 이내 그친다(그림 : 안창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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