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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목서나무에서 새가 울고 있더라
무우전(無憂殿) 기와담장 너머로
노을이 지고, 산그늘 어둠이 내리고
운수암 가는 길 선암매 피지 않았더라
오래된 사랑이란 보여주지 않는 것
한 잎 붉은 사랑도 언젠가 늙은 등걸에 드문드문 피는 것
굽이굽이 길 위에 산수유 피고
길 너머 길가에, 노란 생강나무도 피어
마음이 비어있는 내 사랑아
그대 그윽한 꽃향기 같은 봄바람은 깊은 향(香) 차밭을 돌아
하현(下弦) 달빛에 젖고
은목서나무 가지에서 이름 모를 새가 울고 꽃망울 머금은 선암매 아직은 피지 않았더라선암매 : 순천 선암사에 피는 수 백년 된 토종매화로 이를 仙巖梅라고 부른다.
이른 봄이 되면 선암사 대웅전 뒤 무우전 옆 돌담길에 고목등걸의 홍매화 청매화 설(雪)매화가 구름처럼 어우러져 핀다
(그림 : 김영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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