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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봉고를 끌고 시골 장터를
돌아다니며 어물전을 펴는
친구가 근 일 년 만에 밤늦게 찾아왔다
해마다 봄이면 저 뒤란 감나무에 두견이 놈이 찾아와서
몇 날 며칠을 밤새도록 피를 토하고 울다 가곤 하지
그러면 가지마다 이렇게 애틋한 감잎이 돋아나는데
이 감잎차가 바로 그 두견이 혓바닥을 뜯어 우려낸 차라네
나같이 쓰라린 인간
속을 다스리는 데 아주 그만이지
친구도 고개를 끄덕였다
옳아, 그 쓰린 삶을 다스려낸다는 거!
눈썹이 하얘지도록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다 새벽 일찍
그 친구는 상주장으로 훌쩍 떠나갔다
문가에 고등어 몇 마리 슬며시 내려놓고
(그림 : 이영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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