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찬호 - 문(門) 앞에서시(詩)/송찬호 2013. 12. 20. 20:13
대가리를 꼿꼿이 치켜든 독 오른 뱀 앞에
개구리 홀로 얼어붙은 듯 가부좌를 틀고 있다
비늘 돋친 이 독한 세상마저 잊어버리려는 듯
투명한 눈을 반쯤 내려감은 채
마른 번개 널름거리는 캄캄한 아가리 속
꿈틀거리는 욕망이여, 온몸 징그러운 무늬의 삶이여
예서 길이 끝나는구나 벼랑 끝에 서고 보니
길 없는 깊은 세상이 더 가까워 보이는구나
마지막 한 걸음, 뒤에서 등을 밀어
그래, 가자 가자
신 한 켤레 놓여 있는 물가
멀리 깁고 기운 물갈퀴 하나
또 한세상 힘겹게 건너고 있다(그림 : 백중기 화백)
'시(詩) > 송찬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송찬호 - 가을 (0) 2014.01.13 송찬호 - 봄밤 (0) 2013.12.20 송찬호 - 관음이라 불리는 향일암 동백에 대한 회상 (0) 2013.12.20 송찬호 - 촛불 (0) 2013.12.20 송찬호 - 천년의 탑 (0) 2013.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