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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찬호 - 소금 창고시(詩)/송찬호 2013. 12. 20. 20:10
돈 떼먹고 도망간 여자를 찾아
물어물어 여기 소금창고까지 왔네
소금창고는 아무도 없네
이미 오래전부터 소금이 들어오지 않아
소금창고는 텅 비어 있었네
나는 이미 짐작한 바가 있어
얼굴 흰 소금 신부를 맞으러
서쪽으로 가는 바람같이
무슨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온 건 아니지만
나는 또, 사슴 같은 바다를 보러 온 젊은 날같이
연애창고인 줄만 알고
손을 잡고 뛰어드는 젊은 날같이
함부로 이 소금창고를 찾아온 것도 아니지만
가까이 보이는 바다로 쉬지 않고 술들의 배가 지나갔네
나는 그토록 다짐했던 금주(禁酒)의 맹세가 생각나
또, 여자의 머릿결 적시던 술이 생각나
바닷가에 쭈그리고 앉아 오랫동안 울었네
소금창고는 아무도 없네
그리고 짜디짠 이 세상 어디엔가
소금같이 뿌려진 여자가 있네
나는 또, 어딘가로 돌아가야 하지만
사랑에 기대는 법 없이
저 혼자 저렇게 낡아갈 수 있는 건
오직 여기 소금창고뿐이네
(그림 : 신창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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