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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찬호 - 늙은 산벚나무시(詩)/송찬호 2013. 12. 20. 20:11
앞으로 늙은 곰은 동면에서 깨어나도 동굴 밖으로
나가지 않으리라 결심했는기라
동굴에서 발톱이나 깎으며 뒹굴다가
여생을 마치기로 했는기라
그런데 또 몸이 근질거리는기라
등이며 어깨며 발긋발긋해지는기라
그때 문득 등 비비며 놀던 산벚나무가 생각나는기라
그때 그게 우리 눈에 딱, 걸렸는기라
서로 가려운 곳 긁어주고 등 비비며 놀다 들킨 것이 부끄러운지
곰은 산벚나무 뒤로 숨고 산벚나무는 곰 뒤로 숨어
그 풍경이 산벚나무인지 곰인지 분간이 되지 않아
우리는 한동안 산행을 멈추고 바라보았는기라
중동이 썩어 꺾인 늙은 산벚나무가
곰 발바닥처럼 뭉특하게 남아있는 가지에 꽃을 피워우리 앞에 내미는기라
(그림 : 류은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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