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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영 - 봄은 전쟁처럼시(詩)/오세영 2013. 12. 18. 13:50
늦바람 무섭다더니. 겨우내 적멸로 돌아가리라.
일제히 한 잎마저 벗고 동안거에 들었던 나뭇가지들
입춘 지나, 우수 지나 웅성 꿈틀거린다.
저, 저, 어느새 툭 불거진 눈방울 두릿두릿한 산수유 좀 보게.
살 오른 목련 봉오리 봉긋한 털가리개 좀 보게.
진달래 영산홍 아뜩한 입술부터 샐쭉.
적멸보궁이 눈앞이라도 못 참겠네 못 참아.
여든 살 삭정이도 무릎을 일으켜 세우다
우지끈! 큰일났네. 산 너머 전쟁이 온다네.
울긋불긋 아롱다롱 아무도 안 죽고
무덤마저 살아나는 전쟁이 온다네
(그림 송경희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