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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진 - 차이, 별거 아니야시(詩)/유안진 2013. 12. 17. 22:36
남녘에서 불어오면 마파람이 되고,
서쪽에서 불어오면 하늬바람이 되고,
마음에서 불면 신바람이 되는 바람도,
그냥 떠도는 바람일 뿐이고
침과 피와 땀과 눈물 콧물 오줌도,
온 몸을 돌고 도는 몸 속의 물, 다 같은 물일 뿐이야
더구나 물과 불은 쓰고 있는 모자가 다를 뿐이고,
울음과 웃음도 신고 다니는 신발의 차이일 뿐이니,
옷 갈아입듯 바꿀 수 있지
성별 성씨 국적에 얼굴도 바꿔 가면 사는 시대에,
모자나 신발쯤이야 하고,
모자 사러 나가면서 신발만 바꿔 신었는데도,
기분이 한결 달라졌다,
모자든 신발이든 하루에 몇 번씩이나 바꿔가며 살 일이야
(그림 : 박지오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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