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안진 - 배꼽에 손이 갈 때시(詩)/유안진 2013. 12. 17. 22:36
생각할 게 있으면
가슴에 손을 얹는 이
이마를 짚거나 뒷머리를 긁는 이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는 이
엉덩이를 꼬집는 이도 있다지만
나는 배꼽에 손이 간다
낯선 이들하고도 아무리 가족호칭으로 불러도
한 가족이 될 수 없고
한 가족끼리도 타인처럼 사니까
진실은 천륜의 그루터기에서 나온다 싶어서
어머니와 이어졌던 흉터만 믿고 싶어서
출생시의 목청은 정직하니까
배꼽의 말은 손으로도 들리니까
이만하면 배부르다
이만하면 따뜻하다
너무 생각 말거라두 손바닥에다 거듭 일러준다
내 손 아닌 어머니의 손이 된다
(그림 : 장호걸 화백)
'시(詩) > 유안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안진 - 겨울 사랑 (0) 2013.12.17 유안진 - 차이, 별거 아니야 (0) 2013.12.17 유안진 - 날마다 서산 간다 (0) 2013.12.17 유안진 - 그림자를 팔다 (0) 2013.12.17 유안진 - 멀리 있기 (0) 2013.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