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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 그녀네 집이 멀어서시(詩)/신경림 2013. 12. 14. 00:32
그녀네 집이 멀어서
북적대는 시게전을 지나야 한다
골목을 벗어나면 언덕이 있고
싸리울 하얀 꽃 속에 그녀는 산다방은 늘 비어 있어 어른대는
살구꽃에 취해 잠이 들었다 눈을 뜨면
꽃 그림자가 방문을 덮는다그녀네 집이 너무 멀어서
물 머금은 보름달을 등에 지고
내려오는 길은 더욱 멀다골목을 벗어나고 시게전을 지나서
외진 모퉁이 들여다보면
꼬치집에도 그녀는 없다기다리며 구석에 앉아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나는 잊는다 그녀의 얼굴을
체취를 잊고 이름을 잊는다
그녀네 집에 멀어서
시게전을 잊고 유행가가 자욱한 골목을 잊고
싸리울 하얀 빈 방을 잊고 비릿한 이불자락을 잊고.....
당초부터 이 세상에 없는지도 모를그녀네 집이 너무 멀어서
(그림 : 김기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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