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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 갈구렁달시(詩)/신경림 2013. 12. 14. 00:34
지금쯤 물거리 한 짐 해놓고
냇가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볼 시간......
시골에서 내몰리고 서울에서도 떠밀려
벌판에 버려진 사람들에겐 옛날밖에 없다
지금쯤 아이들 신작로에 몰려
갈갬질치며 고추잠자리 잡을 시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목소리로 외쳐대고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몸짓으로 발버둥치다
지친 다리 끄는 오르막에서 바라보면
너덜대는 지붕 위에 갈구렁달이 걸렸구나시들고 찌든 우리들의 얼굴이 걸렸구나
갈구렁달 : 황해도, 충청도 바닷가에서는 쪽박같이 쪼그라든 달을 갈구렁달이라 말한다.
물거리(명사) : 부러뜨려서 땔 수 있는 싸리 따위의 잡목 가지로 된 땔나무.
(그림 : 이원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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