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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택 - 산
    시(詩)/김용택 2013. 12. 12. 21:37

     

    강물을 따라 걸을 때 강물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흐르는 거야
    너도 나처럼 흘러봐

     

    하얗게 피어있는 억새 곁을 지날 때

    억새는 이렇게 말했네
    너도 나처럼 이렇게 흔들려 봐
    인생은 이렇게 흔들리는 거야

     

    연보라색 구절초 곁을 지날 때

    구절초꽃은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한번 피었다가 지는 꽃이야
    너도 나처럼 이렇게 꽃 피어봐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지날 때

    느티나무는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뿌리를 내리고
    그 자리에서 사는 거야
    너도 나무처럼 뿌리를 내려 봐

     

    하늘에 떠 있는 구름 아래를 지날 때

    구름은 나를 불러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별 게 아니야
    이렇게 허공을 떠도는 거야
    너도 정처 없이 떠돌아 봐

     

    내 평생

    산 곁을 지나다녔네
    산은 말이 없네
    한마디 말이 없네

    (그림 : 강정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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