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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택 - 봄비 2
    시(詩)/김용택 2013. 12. 12. 21:31

     

     

    어제는 하루종일 쉬지도 않고

    고운 봄비가 내리는

    아름다운 봄날이었습니다

     

    막 돋아나는 풀잎 끝에 가 닿는 빗방울들

    풀잎들은 하루종일 쉬지 않고 가만가만

    파랗게 자라고

     

    나는 당신의 살결같이 고운 빗줄기 곁을

    조용조용 지나다녔습니다

     

    이 세상에 맺힌 것들이 다 풀어지고

    이 세상에 메마른 것들이 다 젖어서

    보이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는

    내 마음이 환한 하루였습니다.  

     

    어제는 정말 당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고운 당신이 하얀 맨발로

    하루종일 지구 위를

    가만가만 돌아다니고

    내 마음에도 하루 종일 풀잎들이 소리도 없이 자랐답니다.  

     

    정말이지 어제는

    옥색 실같이 가는 봄비가 하루 종일 가만가만 내린  

    아름다운 봄날이었습니다

    (그림 : 박영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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