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Today
Yesterday
Total
  • 유안진 - 봄
    시(詩)/유안진 2013. 12. 8. 16:57

     

     

    저 쉬임없이 구르는 윤회의 수레바퀴 잠시 멈춘 자리

    이승에서, 하 그리도 많은 어여쁨에 흘리어 스스로 발길

    내려 놓은 여자, 그 무슨 간절한 염원 하나 있어

    내 이제 사람으로 태어 났음이랴

     

    머언 산 바윗등에 어리운 보랏빛, 돌각담을 기어오르는 봄 햇살

    춘설을 쓰고 선 마른 갈대대궁

    그 깃에 부는 살 떨리는 휘파람

    얼음 낀 무논에 알을 까는 개구리

    실뱀의 하품소리, 홀로 찾아든 남녘 제비 한 마리

    선머슴의 지게 우에 꽂혀 앉은 진달래꽃...

     

    처음 나는 이 많은 신비에 넋을 잃었으나

    그럼에도 자리잡지 못하는 내 그리움의 방황 아지랭이야, 어쩔 셈이냐

    나는 아직 춥고 을씨년스런 움집에서 따순 손길이 기다려지니

     

    속눈썹을 적시는 가랑비 주렴 너머

    딱 한번 눈 맞춘 볼이 붉은 소년

    내 너랑 첫눈 맞아, 숨바꼭질 노니는 산골짜기에는

    뻐꾹뻐꾹 사랑노래 자지러지고

     

    잠든 가지마다 깨어나며 빠져드는 어리어리 어지럼증, 산 아래

    돌부처도 덩달아 어깨춤 추는,

    시방 세상은 첫사랑 앓는 분홍빛 봄

    (그림 : 신종식 화백)

    '시(詩) > 유안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안진 - 그림자를 팔다  (0) 2013.12.17
    유안진 - 멀리 있기  (0) 2013.12.17
    유안진 - 내 소망 하나  (0) 2013.12.17
    유안진 - 말하지 않은 말  (0) 2013.12.10
    유안진 -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0) 2013.12.08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