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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안진 - 내 소망 하나
    시(詩)/유안진 2013. 12. 17. 22:32

     

    생각날 때 전화할 수 있고
    짜증날 때 투정 부릴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퇴근길이 외롭다고 느껴질 때
    잠시 만나서 커피라도 한잔 할 수 있고
    가슴 한아름 아득한 미소도 받고싶은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거울 한번 덜 봐도 머리 한번 덜 빗어도
    화장하지 않은 맹숭맹숭한 얼굴로 만나도
    오히려 그게 더 친숙해 져서
    이쁘게 함박 웃음을 웃을 수 있고
    서로 겉모습 보다는
    둥그런 마음이 매력이 있다면서

    언제 어디서 우연히 길을 가다가
    은행 가다가 총총히 바쁜 걸음에
    가볍게 어깨를 부딪혀서
    아! 하고 기분 좋게 반갑게 설레일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내 열 마디 종알거림에 묵묵히 끄덕여주고
    주제넘은 내 간섭을 시간이 흐른 후에
    깨우쳐 주는 넉넉한 가슴을 지닌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가끔씩은 저녁 값이 모자라
    빈 주머니를 내 보이면서 웃을 줄도 알고
    속상했던 일을 곤드레 술에 취해
    세상에서 큰소리 칠 줄도 알고
    술값도 지불케 하는 가끔은 의외한 면이 있는
    낭만스러운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부모님의 수고스러움을 늘 감사하고
    형제들의 사랑을 늘 가슴깊이 새기며
    자신을 조금은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거기에 딱 어울리는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다

    (그림 : 이영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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