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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 - 한가지 소원(所願)시(詩)/천상병 2013. 12. 3. 11:41
나의 다소 명석한 지성과 깨끗한 영혼이
흙속에 묻혀 살과 같이
문들어지고 진물이 나 삭여진다고?
야스퍼스는
과학에게 그 자체의 의미를 물어도
절대로 대답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억지 밖에 없는 엽전 세상에서
용케도 이때컷 살았나 싶다.
별다를 불만은 없지만,
똥걸래 같은 지성은 썩어 버려도
이런 시를 쓰게 하는 내 영혼은
어떻게 좀 안될지 모르겠다.
내가 죽은 여러 해 뒤에는
꾹 쥔 십원을 슬쩍 주고는서울길 밤버스를 내 영혼은 타고 있지 않을까?
(그림 : 임현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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