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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태준 - 빈집
    시(詩)/문태준 2013. 11. 24. 19:20


    1

    흙더버기 빗길 떠나간 당신의 자리 같았습니다

    둘데 없는 내 마음이 헌 신발들 처럼 남아 바람도 들이고 비도 맞았습니다

    다시 지필 수 없을까 아궁이 앞에 쪼그려 앉으면 방고래 무너져 내려 피지 못하는 불씨들
    종이로 바른 창 위로 바람이 손 가락을 세워 구멍을 냅니다

     

    우리가 한때 부리로 지푸라기를 물어다 지은 그 기억의 집 장대바람에 허물어 집니다

    하지만 오랜 후에 당신이 돌아 와서 나란히 앉아 있는 장독을 보신다면,

    그 안에 고여 곰팡이 쓴 내 기다림 을보신다면

    그래, 그래 닳고 닳은 싸리비를 들고 험한 마당 시원하게 쓸어 줄 일입니다.

     

    2

    지붕 위로 기어오르는 넝쿨을 심고 녹이 슨 호미는 닦아서 걸어두겠습니다

    육십촉 알전구일랑 바꾸어 끼우고 부질없을망정 불을 기다리렵니다

    흙손으로 무너진 곳 때워보겠습니다

     

    고리 빠진 문도 고쳐보겠습니다
    옹이 같았던 사랑은 날 좋은 대패로 밀고

    문지방에 백반을 놓아 뱀 넘나들지 않게 또 깨끗한 달력

    그 방 가득 걸어도 좋겠습니다

    (그림 : 전성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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