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지훈 - 향문(香紋)시(詩)/조지훈 2013. 11. 19. 21:23
성터 거닐다 주워 온 깨진 질그릇 하나
닦고 고이 닦아 열 오른 두 볼에 대어 보다
아무렇지도 않은 곳에 무르녹는 옛 향기라
질항아리에 곱게 그린 구름무늬가
금시라도 하늘로 피어날 듯 아른하다
눈 감고 내래 펴는 향그로운 마음에
머언 그 옛날 할아버지 흰 수염이
아주까리 등불에 비치어 자애롭다
꽃밭에 놓고 이슬 받아 책상에 올리면
그 밤 내 베갯머리에 옛날을 보리니
옛날을 봐도 내사 울지 않으련다
(그림 : 오견규 화백)
'시(詩) > 조지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지훈 - 도라지꽃 (0) 2013.12.31 조지훈 - 산상의 노래 (0) 2013.11.19 조지훈 - 영상(影像) (0) 2013.11.19 조지훈 - 여운 (餘韻) (0) 2013.11.19 조지훈 - 맹세 (0) 2013.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