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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훈 - 영상(影像)시(詩)/조지훈 2013. 11. 19. 21:22
이 어둔 밤을 나의 창가에 가만히 붙어 서서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은 누군가
아무 말이 없이 다만 가슴을 찌르는 두 눈초리만으로
나를 지키는 사람은 누군가
만상이 깨어 있는 칠흑의 밤, 감출 수 없는
나의 비밀들이 파란 인광으로 깜박이는데
내 불안에 질리워 땀 흘리는 수많은 밤을
종시 창가에 붙어 서서 지켜보고만 있는 사람
아 누군가 이렇게 밤마다 나를 지키다가도
내 스스로 죄의 사념을 모조리 살육하는 새벽에
가슴 열어제치듯 창문을 열면 그때사 저
박명의 어둠 속을 쓸쓸히 사라지는 그 사람은 누군가
(그림 : 오견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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