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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조 - 지나간 사람시(詩)/김남조 2013. 11. 19. 19:05
말하지 않고 보낸
은밀한 진실 하나가 남아 있다
그의 죽음 그 외엔
용서 못할 어떤 잘못도
있을 수 없으리란
그 말 한마디를
나는 가슴 깊이에 묻었다
그 시절 나는
낡은 풍금의 모든 음계를
시도 때도 없이 울려
어지러이 소리내는
위태롭고 다급한 처지였고
사실은 그에게 마음 끌려
평형 가늠할 수 없었음을
옹색한 궁리로
그를 버려 그를 잊으려고
한 계절도 못다 채운
그를 떠나 보내었다
오늘 진종일 비가 내리고
어둠이 빗물 위에 엎드리니
그 사람을 등에 업은 듯하고
그 사람이 오히려
태산같은 어둠을 업은 듯도 하여
그가 두고 간
관용과 우수의 무게를 새삼쓸쓸히 깨닫는다
(그림 : 정경숙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