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이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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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하 - 동행시(詩)/이정하 2022. 7. 19. 21:44
같이 걸어 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것처럼 우리 삶에 따스한 것은 없다. 돌이켜 보면, 나는 늘 혼자였다. 사람들은 많았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언제나 혼자였다. 기대고 싶을 때 그의 어깨는 비어 있지 않았으며, 잡아 줄 손이 절실히 필요했을 때 그는 저만치서 다른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래, 산다는 건 결국 내 곁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이다. 비틀거리고 더듬거리더라도 혼자서 걸어야 하는 길임을, 들어선 이상 멈출 수도 가지 않을 수도 없는 그 외길... 같이 걸어 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 아아! 그것처럼 내 삶에 절실한 것은 없다. (그림 : 정인성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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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하 - 첫눈시(詩)/이정하 2016. 12. 9. 14:35
아무도 없는 뒤를 자꾸만 쳐다보는 것은 혹시나 네가 거기 서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이다. 그러나 너는 아무데도 없었다. 낙엽이 질 때쯤 나는 너를 잊고 있었다. 색 바랜 사진처럼 까맣게 너를 잊고 있었다. 하지만 첫눈이 내리는 지금, 소복소복 내리는 눈처럼 너의 생각이 싸아하니 떠오르는 것은 어쩐 일일까. 그토록 못 잊어 하다가 거짓말처럼 너를 잊고 있었는데 첫눈이 내린 지금, 자꾸만 휑하니 비어 오는 내 마음에 함박눈이 쌓이듯 네가 쌓이고 있었다. (그림 : 한선희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