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이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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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진 - 그리운 바다 성산포1시(詩)/이생진 2014. 3. 22. 14:38
아침 여섯시. 어느 동쪽에나 그만한 태양은 솟는 법인데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다고 부산 피운다. 태양은 수만개 유독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나와서 해를 보라 하나밖에 없다고 착각해온 해를 보라 성산포에서는 푸른색 외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설사 색맹일지라도 바다를 빨갛게 칠할 순 없다. 성산포에서는 바람이 심한 날 제비처럼 사투리로 말을 한다. 그러다가도 해가 뜨는 아침이면 말보다 더 쉬운 감탄사를 쓴다. 손을 대면 화끈 달아오르는 감탄사를 쓴다. 성산포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 보다 바다에 가깝다. 술을 마실 때에도 바다 옆에서 마신다. 나는 내 말을 하고 바다는 제 말을 하고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기는 바다가 취한다.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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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진 - 그리운 바다 성산포2시(詩)/이생진 2014. 3. 22. 14:37
일출봉에 올라 해를 본다 아무생각 없이 해를 본다 해도그렇게 나를 보다가 바다에 눕는다 일출봉에서 해를 보고나니 달이 오른다 달도 그렇게 날 보더니 바다에 눕는다 해도 달도 바다에 눕고나니 밤이된다 하는 수 없이 나도 바다에 누어서 밤이 되어 버린다 날짐승도 혼자 살면 외로운 것 바다도 혼자 살기 싫어 퍽퍽 넘어지며 운다 큰산이 밤이 싫어 산짐승 불러오듯 넓은 바다도 밤이 싫어 이부자리를 차내버린다 사슴이 산 속으로 산 속으로 밤을 피해가듯 넓은 바다도 물속으로 물속으로 밤을 피해간다 성산포에서는 그 풍요 속에서도 갈증이 인다 바다 한가운데에 풍덩 생명을 빠뜨릴 순 있어도 한 모금 물을 건질 순 없다 성산포에서는 그릇에 담을 수 없는 바다가 사방에 흩어져 산다 가장 살기 좋은 곳은 가장 죽기도 좋은 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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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진 - 그리운 바다 성산포3시(詩)/이생진 2014. 3. 22. 14:34
어망에 끼었던 바다도 빠져 나오고 .. 수문에 갇혔던 바다도 빠져 나오고 갈매기가 물었던 바다도 빠져 나오고 하루살이 하루 산 몫의 바다도 빠져나와 한 자리에 모인 살결이 희다 이제 다시 돌아갈 곳도 없는 자리 그대로 천년만년 길어서 싫다 꽃이 사람 된다면 바다는 서슴지 않고 물을 버리겠지 물고기가 숲에 살고 산토끼도 물에 살고 싶다면 가죽을 훌훌 벗고 물에 뛰어들겠지 그런데 태어난대로 태어난 자리에서 산신에 빌다가 세월에 가고 수신께 빌다가 세월에 간다 성산포에서는 설교는 바다가 하고 목사는 바다를 듣는다 기도보다 더 잔잔한 바다 꽃보다 더 섬세한 바다 성산포에서는 사람보다 바다가 더 잘 산다 저 세상에 가서도 바다에 가자 바다가 없으면 이 세상에 다시 오자 (그림 : 황기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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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진 - 그리운 바다 성산포4시(詩)/이생진 2014. 3. 22. 14:25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사람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사람 빈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수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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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진 - 그리운 바다 성산포5시(詩)/이생진 2014. 3. 22. 14:18
일어설 듯 일어설 듯 쓰러지는 너의 패배 발목이 시긴 하지만 평면을 깨뜨리지 않는 승리 그래서 네 속은 하늘이 들어앉아도 차지 않는다 투항하라 그러면 승리하리라 아니면 일제히 패배하라 그러면 잔잔하리라 그 넓은 아우성으로 눈물을 닦는 기쁨 투항하라 그러면 승리하리라 성산포에는 살림을 바다가 맡아서 한다 교육도 종교도 판단도 이해도 성산포에서는 바다의 횡포를 막는 일 그것으로 독이 닳는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절망을 만들고 바다는 절망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절망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절망을 듣는다 오늘 아침 하늘은 기지갤 펴고 바다는 거울을 닦는다 오늘 낮 하늘은 낮잠을 자고 바다는 손뼉을 친다 오늘 저녁 하늘은 불을 켜고 바다는 이불을 편다 바다가 산허리에 몸을 굽힌다 산은 푸른 치마를 걷어올리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