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서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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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월 - 골무시(詩)/서지월 2014. 10. 1. 00:30
어머니께서 손바느질 하실 때 엄지손가락에 끼워서 쓰시던 골무 그 골무를 찾고 있네. 봉창문 밖에는 소쩍새가 울어 부엌아궁이의 북덕불도 죄다 사그라진 밤 바늘광주리 안에 담긴 골무와 실패 그리고 헝겊조각들 그것들이 나의 구멍난 양말을 기우고 돋보기안경 너머로는 붉게 익은 호롱불, 등잔 밑은 벼랑처럼 깜깜하여서…… 지금도 그 골무를 찾고 있네. 네갈림길의 어느 모퉁이에서 묵객처럼 다시 만나뵈올지 몰라도 어머니께서 늘 쓰시던 골무 장독간 마당 채마밭 돌담밑 그 어디로 행방을 감추어버렸는지 혼자서 가는 먼 길 지금 나는 그 골무를 찾고 있네 소쩍새 울음소리도 뚝, 끊어진 밤! (그림 : 이미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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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월 - 신 귀거래사 (新 歸去來辭 )시(詩)/서지월 2014. 10. 1. 00:30
꽃은 피어서 무색하지 않고 바람은 불어서 가면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다가다 만난 사람 옷자락 끝에도 풋풋한 인정은 피어나고 새소리에 귀 열리나니 오, 하늘 아래 해와 달 별들이 늘 곁에서 무병장수 빌어주나니 숲이 우리들 식탁인 것을 흙이 우리들 양식인 것을 구름 떠 오면 늘 그대로인 청산이 반가운 손님 맞이하듯 훈훈한 돌의 향기와 흐르는 물소리의 여운이 피 맑게 해 주나니 벗이어, 한 바가지의 물 버들잎 띄워 천천히 들이키듯 우리 목 축이며 살아가세 (그림 : 조규석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