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김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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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 - 앵오리시(詩)/김춘수 2013. 11. 23. 13:09
우리 고향 통영에서는 잠자리를 앵오리라고 한다 부채를 부치라고 하고 고추를 고치라고 한다 우리 고향 통영에서는 통영을 퇴영이라고 한다 팔을 폴이라고 하고 팥을퐅이라고 한다 우리 고향 통영에서는 멍게를 우렁싱이라고 하고 똥구멍을 미자발이라고 한다 우리 외할머니께서는 통영을 퇴영이라고 하셨고 동경을 딩경이라고 하셨다.그러나 까치는 까치라고 하셨고 까치는 깩 깩 운다고 하셨다.그러나 남망산은 난방산이라고 하셨다 우리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 내 또래 외삼촌이 오매 오매 하고 우는 것을 나는 보았다 (그림 : 김명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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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 - 시(詩) 1시(詩)/김춘수 2013. 11. 23. 13:09
동체(胴體)에서 떨어져 나간 새의 날개가 보이지 않는 어둠을 혼자서 날고 한 사나이의 무거운 발자국이 지구(地球)를 밟고 갈 때 허물어진 세계(世界)의 안쪽에서 우는 가을 벌레를 말하라 아니 바다의 순결(純潔)했던 부분을 말하고 베고니아 꽃잎에 듣는 아침 햇살을 말하라 아니 그을음과 굴뚝을 말하고 겨울습기(濕氣)와 한강변(漢江邊)의 두더지를 말하라 동체(胴體)에서 떨어져 나간 새의 날개가 보이지 않는 어둠을 혼자서 날고 한 사나이의 무거운 발자국이 지구(地球)를 밟고 갈 때 (그림 : 우창헌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