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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경 - 깜빡, 속다시(詩)/시(詩) 2023. 8. 16. 16:59
입김을 따라 새어 나온 소주 냄새가
바람의 등에 업혀 골목골목 지문을 찍으면
한낮의 모서리들 소리 없이 둥글어진다
첫눈 내릴 때까지
커피나 마시면서 더 작아져야지
흘러내린 목소리를 추슬러 올리는 사이
화병 속 리시안셔스의 하얀 추파
- 모가지 잘려 여기까지 와서 활짝 웃으면 역마살 맞아
위로의 말까지 준비하는 쓸데없는 센스
조화(造花)의 은근슬쩍 능청은 무슨 조화(造化)?
마른 웃음 간간이 주고받는 풍경 너머로
비웃듯이 소공원을 지나가는 바람
도둑눈이라도 다녀갔으면 했다(그림 : 이윤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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