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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게 헤어지는 일이 큰일이다
그리움이 적막함으로 옮겨간다
여름은 숨가쁜데, 그래
그리워하지 말자, 다만 한두 번쯤
미워할 힘만 남겨두자
저 고요하지만 강렬한 반란
덥지만 검은 땅속 뿌리에 대한
가장 붉은 배반, 칸나
가볍게 헤어지는 일은 큰일이다
미워할 힘으로 남겨둔
그날 너의 얼굴빛이 심상찮다
내 혀, 나의 손가락들 언제
나를 거역할 것인지
내 이 몸 구석구석 붉어간다
(그림 : 강요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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