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명해지려면 노랗게 타올라야 한다
은행나무들이 일렬로 늘어서서
은행잎을 떨어뜨린다
중력이 툭, 툭 은행잎들을 따간다
노오랗게 물든 채 멈춘 바람이
가볍고 느린 추락에게 길을 내준다
아직도 푸른 것들은 그 속이 시린 시월
내 몸 안에서 무성했던 상처도 저렇게
노랗게 말랐으리, 뿌리의 반대켠으로
타올라, 타오름의 정점에서
중력에 졌으리라, 서슴없이 가벼워졌으나
결코 가볍지 않은 시월
노란 은행잎들이 색과 빛을 버린다
자욱하다, 보이지 않는 중력(그림 : 서정도 화백)
'시(詩) > 이문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문재 - 어떤 경우 (0) 2023.03.29 이문재 - 혼자와 그 적들 (0) 2022.10.12 이문재 - 사막 (0) 2022.04.21 이문재 - 혼자와 그 적들 (0) 2021.10.27 이문재 - 혼자의 넓이 (0) 2021.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