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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황혼을 위하여
가끔 그리로 오라, 거기 빵들이 얌전히 고개 숙이고 있는 곳, 황혼이 유난히 아름다운 곳, 늦은 오후면 햇살 비스듬히 비추며 사람들은 거기서 두런두런 사랑을 이야기 한다
그러다 내다본다, 커다란 유리창으로 황금빛 햇살이 걷는 것을, 그러다 듣는다, 슬며시 고개 들이미는 저물녘 바람 소리를
오래된 플라타너스 한 그루 그 앞에 서 있다, 이파리들이 황혼 속에서 익어간다, 이파리들은 하늘에 거대한 정원을 세운다
아주 천천히 날아가는 새 한 마리, 실뿌리들은 저녁잠들을 향하여 가는 발들을 뻗고
가끔 그리로 오라, 거기 빵들이 거대한 추억들 곁에 함초롬히 서 있는 곳
허기진 너는 흠집투성이 계단을 올라간다
이파리들이 꿈꾸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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