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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달자 - 겨울 들판을 건너온 바람이시(詩)/신달자 2022. 12. 27. 10:57
눈 덮힌 겨울 들판을 건너 온 바람이
내 집 노크를 했다
내가 문을 열지도 않았는데 문은 저절로 열렸고
바람은 아주 여유 있게 익숙하게 거실로 들어왔다
어떻게 내 집에 왔냐고 물었더니
여기 겨울 들판 아닌가요? 겨울 들판만 나는 바람이라고 한다
이왕 오셨으니
따뜻한 차 한 잔 바람 앞에 놓았더니
겨울 들판은 겨울 들판만 마신다고 한다
말이 잘 통했다
처음인데 내 백 년의 삶을 샅샅이 잘 알고
겨울 들판을 물고 와 겨울을 더 길게 늘이고 있다
차가운 것은 불행이 아니라고
봄을 부르는 힘이라고 적어 놓고 갔다.
(그림 : 김기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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