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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는 건 별로 없었다
멈출 수 있었지만
멈추면 더 이상 영화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고
아무도 멈추지 않아서
내가 영화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어둔 극장에서는
모든 게 멈춰있는 것 같아서
머리를 옆으로 기울이고
어깨를 낮췄다
누군가의 얼굴과
나의 얼굴이
겹쳐있었다 심드렁해서 발을 꼬고
무릎을 맞댄 것처럼 영화는 흘러갔는데
월요일이었다 뚫어지게 쳐다봐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
몸이 무거워도 영화가 영화를 끝낼 거라는 걸 알았다
나는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에
조금 더 어깨를 낮춰도 상관없었다
그래도 볼 건 다 봤으니까
영화가 영화를 이끌고 가는 중이었다
(그림 : 원은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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