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혁찬 - 낙엽을 쓸면서시(詩)/시(詩) 2022. 10. 18. 07:00
착 달라붙은 얄팍한 낙엽들을
사정없이 쓸다보면
색깔보다 모양들이 더 낯선 단풍잎이
화살표를 그리며 말했다
왜 그리 세게 쓰느냐고
이미 갈 길이 정해져
운명처럼 드러누운
가련한 그리움을 알고 있느냐고
떨어지기 전에는
낙엽이 아니었단 것도
벌써 잊었느냐고
멈칫
얼굴을 붉히며
걸음을 멈추고
낙엽처럼 텅 빈
양팔을 벌려본다
자
쓸어봐
(그림 : 안기호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문석 - 조금은 외로운 사랑 (0) 2022.10.24 구미정 - 이력서 (0) 2022.10.22 김안녕 - 대전발 영시 오십분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0) 2022.10.18 최지온 - 수국의 시간 (0) 2022.10.12 이종곤 - 노인 (0) 2022.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