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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휘 - 이름없는 그 나무시(詩)/심재휘 2022. 10. 10. 08:02
숲에는 그 나무가 있어서 오늘도 나는 숲을 나와 집으로
간다 숲속에 머물던 시간은 길지 않았으나 갖은 모양의 잎
들 모든 나무들의 이름이야 다 알 수는 없지만 내 물음에 함
께 흔들리던 그 나무의 이름을 잊어서는 안 되겠지
이름이야 생각나지 않을 수 있지만 내게 따뜻한 방향을
가리켜주던 그 가지들의 몸짓을 잊어서는 안 되겠지 가느다
란 햇살을 내어주던 잎들의 뒤척임을 내내 잊어서는 안 되
겠지
숲 밖은 흐려 곧 비가 올 표정, 나는 집으로 가는 저물녘
저녁은 걸음에 흥건하게 묻고 나는 이름을 묻지 못했구나
숲에는 그저 그 나무가 이름을 잃고 그루터기만 남은 그 나
무가 있어서 찾아갈 때마다 자리가 되어주던 그 나무가 있
어서 아주 오래된 그의 자세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되겠지
(그림 : 심수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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