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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휘 - 다시 우미당을 위하여시(詩)/심재휘 2022. 7. 31. 22:47
갑자기 누군가가
당신의 등 뒤에서 부르는 것 같아
한번쯤 돌아보며 속아도 보고 싶다면
이제는 어떤 새벽의 빛도 가 닿지 못하는
꿈의 어둑한 저편에서
여전히 아침이면 피어나는 빵 굽는 냄새여
몇 번의 기억을 건너온 숨죽인 슬픔이여
아침마다 배달되는 삶은 지겹고
뜯어 먹는 하루로 매양 헛배만 부르다면
어느 날 문득 당신이 정말 맛있어지고 싶다면
멀고 먼 고향의 참 오래전 빵집
우미당 진열대에 놓인 갓 구운 그날들에게
잠시라도 몸을 묻으며 다시 한번
용서를
그리고 우리는 다시 오늘을 반죽하는 것이다
설익거나 타지 않도록 오븐 속의 인생을 보며
입 안에 번지는 눈물의 깊은 힘을 음미하기 위해
이제는 빵이 익기를 말없이 기다리는 것이다
그 옛날 우미당 아저씨가
날마다 우리를 위해 그랬던 것처럼(그림 : 임은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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