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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게 탱자 알이 익어갈 무렵
여자애 오줌발이 멀리 나가면
멀리 시집간다는
할머니가 들려준 무서웠던 이야기
쬐그만 계집애 오줌을 누며
멀리 시집간다는 그 말에
양 무릎 조아리고 쉬ㅡ소리를 묻었지
탱자나무 울타리 아래
한 뼘 대지의 거름을 만들던
탱자 같은 쬐그만 계집애가
한 뼘 세상 밖에서
칸나의 붉은 노예가 되고
처연하고 축축한 풍경이 되고
누구를 찌르고 다시 찔리는
탱자나무 가시가 되어
파랗게 새파랗게 겨울을 걸었지
그때의 노란 향기 삭제된 파일처럼 날아갔고
고비사막 선인장 같은
쓰디쓴 탱자 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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