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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호 - 늙은 색소폰 연주자시(詩)/시(詩) 2022. 7. 24. 18:33
한때는 텔레비젼에 잘 나왔다는
길옥윤과 색소폰을 불었다는 사람
황룡강 강가 그의 식당에서
오리탕을 시켜먹으며 듣는 색소폰 소리는
늙은 연주자의 비애가 아니다
한물 간 음악가의 향수가 아니다
쥬라기의 식물들이 퇴적하여 기름이 되듯
칠순의 세월과 생각이 타올라
때로는 깊은 달밤의 묵상이었다가
때로는 멱살을 잡고 흔드는
뜨거운 휘발유였다가
마침내 나를 자지러지게 하는 것인데
그의 생(生)과 같이 해 온
내 밥상에 놓인 오리탕과
김치와 콩나물이
저렇듯 기막힌 소리가 될 수 있다니!
아직도 나는 그것이 궁금한 것이다.
(그림 : 임재훈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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