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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묵 - 푸드 트럭시(詩)/시(詩) 2022. 6. 28. 14:17
사내는 꽤 점잖은 편이다
매직펜으로 반듯하게 쓴 〈토스트+우유=2500원〉 피켓을 들고
트럭 옆에서
지나는 차들을 향해 공손하게 서 있다
머리에 수건을 두른 여자가
트럭 안에서 식빵을 굽는다
외곽에 딸린 변전소 앞길은
공단 가는 지름길,
키다리 송전탑들이 고압적인 자세로
이곳을 지나는 차들과
전봇대에 대충 기댄 푸드 트럭을 내려다보고 있다
빗방을이 굵어졌다
사내는 왼손엔 피켓을
오른손엔 우산을 들고
식빵을 굽는 여자 옆에서 다시 마네킹처럼 서 있다
팬에 노릇노릇 구워진 식빵을 뒤집으며
여자는 가끔
목을 길게 빼고 도로를 내다본다
월요일 아침 출근길,
차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가다 서기를 반복한다
밀린 주문은 없다.(그림 : 임은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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