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용선 - 그리고 또 오랜 다짐시(詩)/시(詩) 2022. 6. 9. 14:27
내 안에
정작 내가 모르고 있는
또 다른 내가 있나 봅니다
때때로 짚이는 게 없어도
가슴 먹먹하거나 짠한 걸 보면
어디다 드러내고 싶지 않은
뭔가가 잔뜩 엉켜있는 모양입니다
아무리 시간이 가고 세상 무섭게 변해도
끝내 움쩍거리지 않고 있는
지우려 들면 들수록 더 끈적거리는
무슨 얼룩 같은 걸로 말입니다
오늘은 꽃밭에서 나풀거리는
노랑나빌 보았습니다
가끔 이렇게 혼자만 봄날인 것도
참, 딱한 노릇입니다
그러니 이젠 내가 먼저 나를 벗겨서
있는 힘껏 두드려 빨아야겠습니다
말가니 헹구어 낼 수 있을 때까지 빨아
환한 볕에 내걸어야겠습니다
(그림 : 김대섭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용환 - 목련 그늘 (0) 2022.06.09 이향란 - 굴욕의 맛 (0) 2022.06.09 이채민 - 발 (0) 2022.06.06 정자경 - 두 개의 현을 켜는 정오 (0) 2022.06.06 김혜수 - 기억을 버리는 법 (0) 2022.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