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팽나무 속에는
귀가 있나봅니다
새터말 아주머니가
웃말 아저씨가
무속인 박씨가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와
자질구레한 근심들을 털어놓으면
알았다는 듯
나뭇잎 몇 개를 떨어뜨려 줍니다
듣고도 못 들은 체
알고도 모르는 체
그렇게 몇 백 년
자기 얘기는 한번도 못하고
사람들의 근심에 귀기울이다보니
나뭇가지들이 많이도
구불구불해졌습니다
그 속내는
온몸이 쭈글쭈글해진
우리 증조 할머니가
아실 것 같습니다
(그림 : 백중기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