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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미균 - 감자밭
    시(詩)/신미균 2020. 5. 9. 16:26

     

    말을 캐러 밭으로 갔다

    가끔 톡톡 튀기도 하고 소근대기도 하는 소리들이

    나를 잡는다 몇몇 웃자란 잎들은 물고기처럼

    솟아오르기도 하고 고개를 뒤로 젖혀 웃기도 했다 

    줄기를 쳐내자 싱싱한 유리 섬유의 햇빛이

    투명하게 쏟아진다

    나는 그빛에 취해 눈을 감는다

    여치와 메뚜기가 정신없이 뛰어올라

    옷이며 팔 다리에 소리들을 묻혀 놓는다

    그 소리들은 향기롭다

    지하철의 소음이나 기계 소리에 섞여 있지 않은

    녹색의 향기가 섞여 있다

     

    내가 뿌려 놓은 말의 줄기를 하나 찾아

    땅 속으로 파들어 갔다

    그동안 잘 돌보지도 않았는데

    주먹만한  것 하나 호미 끝에 달려나온다

    밭에는 언제나 말들이 풍성하다

    캐보면 어느새 커져 나를 깜짝 놀라게 한다

    땅 속에는 내가 뿌려놓은 따뜻한 말들이

    많이 자라고 있다

    (그림 : 남일 화백)

     

     

     

    Sasha Alexeev - Rhapsody form A Theme of Pagan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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