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유하 - 재즈 1
    시(詩)/시(詩) 2022. 4. 28. 23:26

     

    운명이여, 나를 내버려 두게나
    즉흥적으로 이 세상에 와서
    재즈처럼 꼴리는 대로 그렇게 살다 가리니

    난 마음의 불협화음을 사랑하게 됐어
    계획되고, 요약 정리될 수 있는 인생이란 애초에 없었던 거야
    대체 난 누굴 사랑했던 걸까
    연주할 수 있는 상처가 남아 있다는 것,
    그게 삶을 끌고 가는 유일한 힘일지도 몰라

    내 사춘기의 스승은 세운상가였지
    태양 아래 새로운 환락은 없다고
    소니 티브이 화면의 그 금발 포르노 여배우가 그랬어
    말린 지네와 해구신, 그리고 펜트하우스의 거리
    욕망한다는 것,
    그 자체가 쓰레기의 끝없는 재활용일 뿐이야

    외설의 대폭발을 겪은 자만이
    명상할 자격 있어라?
    썩지 않는 몸이란 없겠지, 일상의 신비가 다 걷히면
    부패가 결국 삶을 구원할 거예요

    난 이미지의 노예야, ……하지만
    그리움이, 더 이상 삶의 에너지가 아니길 바래
    호흡하고 있다는 사실에
    견딜 수 없이 내가 짓눌릴 때,

    영혼에 구멍을 뚫고 색소폰을 불고 싶어

    (그림 : 이은채 작가)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필녀 - 감자꽃이 피었다  (0) 2022.04.29
    김혜천 - 거미줄  (0) 2022.04.29
    김설하 - 라일락이 필 때  (0) 2022.04.28
    도종환 - 통영  (0) 2022.04.26
    조창환 - 꽃을 보며  (0) 2022.04.26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