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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들이 줄을 맞추어 날아가는 것
길을 잃지 않으려 해서가 아닙니다
이미 한몸이어서입니다
티끌 속에 섞여 한계절 펄럭이다 보면
그렇게 되지 않겠습니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
어느새 어깨를 나란히 하여 걷고 있는
저 두 사람
그 말없음의 거리가 그러하지 않겠습니까
새떼가 날아간 하늘 끝
두 사람이 지나간 자리, 그 온기에 젖어
나는 두리번거리다 돌아갑니다
몸마다 새겨진 어떤 거리와 속도
새들은 지우지 못할 것입니다
그들 혹시 길을 잃었다 해도
한 시절이 그들의 가슴 위로 날아갔다 해도
(그림 : 하종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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