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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희 - 소나기로부터의 자유시(詩)/시(詩) 2022. 2. 12. 15:23
자유에도 여러 종류가 있겠지
많은 자유 중에서도
소나기에 온몸을 흠뻑 적시고 빗 속을 갈 때
그 시원한 해방감이 나는 좋더라
한 줌의 빗방울
한 줌의 공기
한 줌의 하루
한 번 망한 자에게 다시 망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해도
계속 내리는 비는
아픔도 새로운 비
새로운 구름이 새로운 소나기를 만든다네
쿠사마의 그림 속에 무한히 반복되는 물방울
미소 짓거나 목마름, 흐느낌이 배어나와
새로운 물방울이 새로운 구름을 만든다네
똑같은 호박은 없네
하루하루 그날그날
새로운 비가 새롭게 내린다네
새로운 빗방울마다 새로운 아픔이 박히네
똑같은 해방은 없네
새로운 아픔에 새로운 무거움
한번 망한 다음
소나기로부터의 자유는
무수한 소나기 속으로 그저 걸어 들어가는 것
(그림 : 김주형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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